박소라 작가노트 2023
오늘날 완벽한 신체를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은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차 실현되고 있다. 동시대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젊음과 결점 없는 외모에 관한 과열된 관심, 완벽한 신체와 매력을 ‘성취’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 성과 주체의 열망은 시대적으로 유행하는 미적 기준과 유행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디지털 공간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과 뷰티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나는 이러한 사회적 관심과 열망이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는 디지털 이미지에 그대로 반영되어 디지털 공간을 순환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통해 오늘날 완벽한 신체를 성취하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은 소셜 미디어 공간의 뷰티 필터, 보정 어플 등의 대중적 사용으로 반영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디지털 공간에서 대중을 흡입하는 매력을 가진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의 출현과 사회적 활동으로 반영되고 있다.
나의 작업은 디지털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여 실제 공간을 이용한 조각과 설치를 통해 이러한 관심을 예술적 언어로 변환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의 초창기 작업은 디지털 공간을 현실 공간에 재현하는 것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게임 아이템, 인벤토리 공간 등, 디지털 공간에 존재하는 요소들을 전통적이고 공예적인 재료인 세라믹으로 재해석하여 실제 공간에 옮기기도 하고, 과학자와 함께 협업하여 디지털 공간이 가진 연결성과 확장성을 시각적인 언어를 이용해 표현하기도 한다. 반면, 최근 작업에서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파생된 여러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공상과학적 상상과 함께 만나 발전하며 현실 비판적 성격을 띈다.
오늘날, 이미지의 생성과 변형, 편집이 쉬워진 까닭에 우리의 일상과 욕망은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쉽게 미화되거나 허구적인 이미지로 표출된다. 그렇기에, 나는 소셜 미디어 공간을 통해 우리의 일상과 욕망은 더욱 유형화된 규범과 기준을 따르게 되고 있음을 느낀다. 소셜 미디어 공간에 공유되는 신체 이미지는 획일화된 기준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집착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기도 하며, 오늘날, 완벽한 신체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완성된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는 이미지와 실제 삶의 간극은 그 이미지가 가진 허구성을 통해 더욱 커지지만, 사람들은 획일화된 기준을 따라 허구적 이미지를 계속해서 생산하고 공유하면서, 이를 통해 더 매력적이고 호감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의 믿음을 더욱 공고히 심화한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는 이미지가 보정과 편집을 거쳐 허구성을 띠고 표출되는 현상의 이면에는 끊임없이 자기 제시를 통해 자기 착취하는 개인이 존재한다. 그들은 더 매력적인 외모와 분위기를 가진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보정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완벽한 자신의 신체를 담은 한 장의 바디 프로필 사진을 통해 자기 효능감과 성취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자기 제어를 하기도 한다. 최신 유행하는 취미를 즐기고, 유행하는 문화를 소비하면서 자신의 세대적 존재감을 확인하고, 이미지를 통해 자신이 특정 문화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느낀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 공간의 편집된 단 한 장의 이미지를 통해 개인은 스스로가 욕망하는 자신의 모습에 더욱 가까워진다.
나는 과학 기술 발전을 통해 신체가 개발되는 현상과 다양한 자기 계발의 테크닉, 외모지상주의 등을 통해 신체가 개선, 개발의 대상으로 여겨지며, 인간의 몸과 정신이 계속해서 개발, 개선되어 경제적 가치로 환원되는 사회적 현상을 바라보는 나의 비판의식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나의 작품은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인물상, 상품 등을 사변적으로 상상하고, 이를 조각 모형과 영상, 반응형 웹 기반 비디오, 페이스 필터, 공간 설치 등의 다양한 방식을 이용해 시각화하는 일련의 과정이다.